캐즘이 현실화되는 전기차 시장
2026년 초 전기차 시장은 구조적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지난 1월 14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EV 등록은 2025년 한 해 20% 성장해 2,070만 대를 기록했지만, 2026년 성장률은 15.7%로 둔화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 시장은 2025년 9월 연방 세액공제 종료 이후 수요가 급격히 꺾이며, 10월부터 3개월 연속 30~40%대 감소세를 보였다. 미국 전기차 시장은 세액공제 종료 여파가 지속되고, 중국은 내수 둔화가 이어지며, 유럽의 전기차 시장 또한 하락 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테슬라는 이 충격을 정면으로 받았다. 2026년 1월 미국 판매는 약 40,1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고, 4개월 연속 하락세가 이어졌다. 중국 내수 판매는 18,485대로 45% 급감했으며, 유럽 주요 5개국 등록은 전년 동기 대비 44% 줄었다.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목표가는 약 396달러로, 현재 주가 대비 큰 상승 여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컨센서스가 형성된 상태다.
그러나 테슬라가 단순히 수요 감소를 감내하며 버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판매 부진이라는 위기를 활용해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차량 판매에 의존하지 않는 수익 모델을 구축하는 과정에 있다. 이 전환의 핵심은 두 가지 축—공급망 독립성 확보와 고수익 비자동차 사업 확대—으로 요약된다.
배터리 기술 내재화와 공급망 독립
테슬라는 2026년 1월 Q4 2025 실적 발표에서 자체 개발한 4680 배터리 셀을 다시 모델 Y에 탑재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배터리 교체가 아니라, 무역 장벽과 관세 리스크에 대응한 공급망 다변화라는 전략적 전환이다. 중국산 배터리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내 제조 역량을 강화해 지정학적 변동성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다. 현재 테슬라는 텍사스 기가팩토리에서 건식 전극 공정으로 양극재와 음극재를 모두 생산하고 있으며, 이 기술이 완전히 작동한다고 공식 확인했다. 2026년 중에는 텍사스와 네바다에서 국산 양극재 및 LFP 라인 생산을 시작할 계획도 밝혔다. 건식 전극 공정은 기존 습식 대비 제조 공정을 단축하고 원가를 낮출 수 있는 기술로, 장기적으로 배터리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핵심 수단이다. 이러한 공급망 재편은 단기 판매 부진과 무관하게 진행되는 장기 프로젝트이지만, 역설적으로 수요 둔화가 이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
ESS와 로보택시, 테슬라의 수익 다각화
테슬라의 더 극적인 변화는 사업 포트폴리오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5년 테슬라는 46.7GWh의 ESS(에너지저장장치)를 설치했고, 이는 전년 대비 49% 증가한 수치다. ESS 및 태양광 사업은 2025년 한 해 127.7억 달러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7% 성장했고, Q4만 38.4억 달러를 달성했다. 더 중요한 것은 수익성이다. Megapack과 Powerwall 등 에너지 저장 제품의 총 이익률은 29.8%로, 차량 판매 마진의 2배에 달하며 전체 총 이익의 25%를 차지한다.이는 일회성 호황이 아니라 구조적 성장 궤도다. 테슬라는 2026년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서 40억 달러의 이연 수익을 인식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2025년 대비 2배 규모다. 머스크는 2050년까지 240TWh의 ESS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며, 재생에너지 전환이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ESS 사업이 지속적으로 고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대만에서 Powerwall 주문이 3배 급증한 사례는 지역 단위의 전력 불안정이 즉각적인 수요로 전환되는 구조를 보여준다.
로보택시 역시 미래 수익 모델로 부상 중이다. 머스크는 2025년 11월 오스틴에서 로보택시 대수를 12월에 두 배로 늘리겠다고 언급했으며, 오스틴과 샌프란시스코에서 서비스가 실제 운영되고 있다. 또한 SpaceX가 2025년 4분기 사이버트럭 1,000대 이상을 구매해 텍사스 시설에 배치한 것은, 머스크가 통제하는 생태계 내부에서 수요를 창출하며 단기 인도량 압박을 완화하는 동시에 상용 운영 사례를 축적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렇듯, 테슬라는 전기차 캐즘 속 판매 부진에 대응하여 사업 모델의 질적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투자자가 집중해야 할 지표는 인도량이 아니라 세 가지 구조적 변화다.
첫째, 4680 배터리의 모델 Y 탑재 확대와 국산 양극재·LFP 라인 가동 시점이다. 이는 장기 원가 경쟁력과 지정학적 리스크 감소를 측정하는 지표다.
둘째, ESS 사업의 분기별 설치량과 매출 비중 확대다. 2025년 49% 성장률이 2026년에도 유지되는지, 이연 수익 인식이 실제로 40억 달러 규모로 가시화되는지가 관건이다.
셋째, 로보택시 서비스의 지역 확대와 운영 데이터 공개 여부다. 하드웨어 판매에서 소프트웨어·서비스 매출로의 전환이 실적으로 뒷받침되는 시점이 중요하다.
현재 테슬라는 차량 판매의 일시적 정체를 겪고 있지만, 동시에 제조 독립성 확보와 고마진 사업 확대라는 두 축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 있다. 따라서 단기 인도량 수치에 과도하게 반응하기보다, 사업 포트폴리오의 질적 변화와 비자동차 부문의 실적 기여도가 실제 숫자로 확인되는지를 면밀히 관찰해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