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주도권 잡기 위한 삼성전자의 총력전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시대의 패권을 잡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핵심 반도체 사업부터 스마트폰,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AI 전략이 구체화되면서 시장의 기대감도 고조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미국 신규 공장의 운영 리스크 등 곳곳에 도사린 암초는 투자자들이 면밀히 살펴봐야 할 변수로 지적된다.
돌아온 '반도체의 왕', 수익성과 기술력 동시 증명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확연한 부활이 가시화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램 공급 계약 기간을 단축하며 시장 가격 결정의 주도권을 되찾아오고 있으며, 2025년 4분기부터 범용 D램 영업이익률이 40~50% 수준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삼성전자가 AI와 같은 미래 기술에 과감한 투자를 집행할 수 있는 든든한 실탄이 된다.
특히 AI 시장의 판도를 가를 HBM 경쟁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2026년 2월 12일 세계 최초로 HBM4 양산 출하를 발표했으며, 이미 2025년 7월부터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해왔다. 이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2025년 3월 HBM4 샘플을 선공개한 것에 약 4개월 뒤처진 것이었으나, 양산 출하에서는 세계 최초로 달성하며 기술력 회복을 입증했다. 삼성은 2026년 HBM 매출이 2025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며, HBM4 생산 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파운드리, '기회'와 '위기'의 교차점
삼성의 또 다른 승부처인 파운드리 사업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은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고객 확보의 어려움으로 설비 투입이 지연되는 등 운영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더욱이 2026년 2월 11일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협력업체 직원이 사망하는 중대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건은 향후 공장 가동률 상승과 규제 당국의 조사 과정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잠재적 악재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바이트댄스가 자체 AI 칩 개발을 위해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제조 협력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6년 3월 말까지 바이트댄스에 AI 추론용 칩 샘플을 공급할 계획이며, 샘플 품질 인정 시 올해 최소 10만개에서 최대 35만개 규모의 AI 칩을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이 계약이 성사된다면, 삼성 파운드리는 기존의 소수 대형 고객 의존도를 낮추고 신규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게 된다.
하드웨어 너머 'AI 생태계' 구축
삼성의 AI 전략은 단순히 부품 공급에 그치지 않는다. 2026년 2월 26일(한국시간) 공개될 AI 기능이 대폭 강화된 갤럭시 S26 시리즈는 '온디바이스 AI' 시대를 이끌겠다는 삼성의 의지를 보여준다. 자체 개발한 AI 칩과 소프트웨어를 스마트폰에 탑재함으로써, 하드웨어 판매를 촉진하고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노린다.
더 나아가, 삼성SDS가 2025년 10월 OpenAI, SK텔레콤과 손잡고 한국 서남권에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은 삼성의 AI 전략이 생태계 구축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단서다. 이는 AI 서비스의 핵심 인프라 구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자사의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미래 AI 기술 표준 논의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다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결론적으로 삼성전자는 회복된 메모리 사업의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확장과 AI 생태계 구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다. 투자자들은 HBM4의 시장 안착, 바이트댄스와 같은 신규 파운드리 고객 확보, 그리고 테일러 공장의 안정적 운영 여부를 향후 삼성의 AI 전략 성패를 가늠할 핵심 지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