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닉의 '100% 관세' 경고장: 삼성·SK의 셈법을 뒤흔든 '비용의 지정학'

앤트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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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100% 메모리 관세' 위협에 직면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략적 대응 분석. 낸드 감산과 미국 현지화, 그리고 고부가가치 전장 메모리로의 포트폴리오 재편을 다룸.

미국 차기 행정부의 관세 위협이 단순한 엄포를 넘어 실존적인 '비용의 지정학'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인 하워드 루트닉이 미국 외 지역에서 생산된 메모리 반도체에 대해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알려지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영 시계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는 기존에 거론되던 10~25% 수준의 보편적 관세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로, 사실상 미국 내 생산을 강제하는 '징벌적 세금' 성격을 띤다. 이러한 기조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게 단순한 공장 증설 이상의 고차원방정식을 요구하고 있다.

양사의 대응 전략은 '수익성 방어'와 '현지화 가속'이라는 두 가지 축으로 재편되는 모양새다. 우선 삼성전자는 텍사스 테일러 공장을 관세 리스크의 '방파제'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트렌드포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삼성의 테일러 파운드리 및 패키징 설비는 향후 관세 장벽을 우회할 수 있는 핵심 자산으로 부각되고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대미 투자 비용 증가라는 딜레마 속에서도 미국 내 DRAM 확장과 인디애나 패키징 공장 건설을 저울질하며, 동시에 기술적 초격차를 통해 관세 비용을 상쇄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최근 SK하이닉스가 차량용 LPDDR5X 메모리에 대해 최고 수준의 안전 등급인 'ASIL-D'를 획득한 것은, 범용 제품이 아닌 고부가가치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강화해 관세 충격을 흡수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러한 지정학적 압박이 메모리 감산 공조를 이끌어내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AI 수요가 집중된 DRAM과 HBM(고대역폭메모리)에는 투자를 집중하는 반면, 수익성이 낮은 낸드플래시(NAND) 생산량은 줄이는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이는 공급 과잉을 해소해 가격을 방어하고, 확보된 재원을 미국 내 설비 투자와 HBM4 등 차세대 공정에 쏟아붓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결국 '루트닉 쇼크'로 대변되는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게 레거시 공정의 조기 퇴출과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동시에 강요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투자 효율화'라는 생존 알고리즘으로 이에 응답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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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 Kim수석연구원Blog

기술경영학 석사, 글로벌 테크 기업의 기술 가치와 시장 지배력을 심층 진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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