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칼날, 왜 TSMC는 비껴가는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서 TSMC가 면제 혜택을 받게 된 배경에는 미국의 전략적 현실 인식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구조적 특성이 작용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호재를 넘어 반도체 산업의 지정학적 역학 관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다.
2026년 2월 9일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이 사용하는 반도체에 대한 관세 면제를 검토 중이다. 이 면제 조치는 TSMC의 미국 내 1,650억 달러 투자 약속과 연계되어 있으며, 미 상무부가 TSMC에 관세 면제 쿼터를 배정하면 TSMC가 이를 고객사에 분배하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미국과 대만은 2,500억 달러의 직접 투자와 2,500억 달러의 정부 신용 보증을 조건으로 대만의 관세율을 15%로 인하하는 데 합의했으며, 미국 내 신규 공장을 건설하는 대만 기업들은 건설 기간 중 공장 생산능력의 2.5배, 완공 후 1.5배에 해당하는 물량을 무관세로 수입할 수 있다.
Barron's는 2026년 2월 10일 기사에서 TSMC 주가가 AI 칩 판매 급증과 관세 면제 소식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TSMC는 2026년 1월 매출이 전년 대비 37% 급증한 4,013억 대만달러(127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연간 성장률 전망치인 30%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이다. AI 데이터센터용 칩 수요가 TSMC의 2026년 자본지출을 560억 달러까지 끌어올렸으며, 이는 2025년 대비 25% 증가한 규모이다.
공급망 재편의 야심과 현실의 벽
미국은 대만 반도체 생산능력의 40%를 이전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전략의 핵심이었다. 2026년 1월 15일 미국과 대만이 체결한 무역 협정에서 하워드 루트닉 미 상무장관은 "대만의 전체 반도체 공급망과 생산능력 중 40%를 수백 개 기업과 함께 미국으로 가져오는 것이 목표"라고 명확히 밝혔다. 그는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으면 관세는 100%가 될 것"이라며 강력한 압박 수단을 제시했다. TSMC는 이미 아리조나에 6개 공장을 약속한 상태였는데, 이 협정으로 5개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대만 정부는 미국의 반도체 생산능력 40% 이전 요구에 대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대만 부총리 정리춘은 2026년 2월 8일 CTS 방송 인터뷰에서 "수십 년간 구축된 대만의 반도체 생태계는 단순히 이전할 수 없다는 점을 미국 측에 분명히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첨단 공정의 집적도와 효율성, 숙련된 인력 생태계는 단기간에 자본 투입만으로 복제할 수 없는 구조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현실적 한계는 결국 트럼프 행정부가 TSMC에 대한 관세 면제라는 실용적 선택을 하게 만든 핵심 요인이다.
투자자 인사이트
이번 관세 면제 논의는 미중 기술 전쟁 속에서 모든 반도체 기업이 동일한 위험에 노출된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TSMC는 미국 기술 패권 전략의 핵심 파트너로 인정받아 일종의 '전략적 안전자산' 지위를 확보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무차별적 보호무역주의가 아니라 중국을 겨냥한 정밀 타격 도구로 작동하고 있으며, 미국은 엔비디아, 애플, AMD 등 자국 기술 기업들의 경쟁력이 곧 국력과 직결된다는 현실적 판단을 내리고 있다. 이는 향후 투자 결정에서 기업의 기술력뿐 아니라 지정학적 공급망 내 '대체 불가능성'이 중요한 평가 척도가 될 것임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