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빗나간 골디락스 랠리, 시장을 덮친 냉기
지난주 미국 증시는 일부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물가 완화 → 금리 인하 → 강세장이라는 이른바 골디락스 랠리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2월 13일 발표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2.4%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2.5%)를 하회했고, 전월 대비로도 0.2% 증가하는 등 물가 압력 완화 신호를 보였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있다는 의미로, 일부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다시 부각시켰다.
그러나 CPI 발표 이후 시장 반응은 강한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완화된 물가 지표도 불구하고 주식 선물은 오히려 보합권에서 혼조세를 보였고, 발표 당일과 그 이후에도 지수는 뚜렷한 반등을 만들지 못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하락 마감하며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고, 나스닥 지수는 4일 연속 하락하며 13일 22,546.67로 마감했다.
이러한 흐름은 물가 둔화만으로 시장이 직관적으로 랠리를 이어가지 않는 현실을 보여준다. 골디락스 시나리오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경로 측면에서 우호적 신호를 제공했으나, 실제 주가 흐름에서는 기술주에 대한 구조적 우려와 변동성이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시장이 단순 거시지표보다 향후 기업 실적·산업 구조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AI 투자 피로감과 공포지수의 경고
최근 기술주 약세에는 투자자들이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관련된 불확실성을 주된 리스크로 지적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메타의 2026년 자본지출 계획($115~135B)이 2025년 대비 87% 급증하면서도 수익화 타임라인이 불분명한 점, 주요 클라우드·반도체 기업들의 마진 압박 우려가 투자자들의 경계심을 자극했다. 이런 자본지출 확대가 일부 투자자들에게는 단기 수익성 및 투자 회수에 대한 우려를 자극했다. 이 기간 동안 미국 증시의 변동성지수(VIX)는 상승해 20선을 넘는 움직임을 보였다.
블룸버그(Bloomberg)는 지난 2월 12일 기사에서 "AI 공포 장세(AI Scare Trade)가 광범위한 종목군을 강타했다"고 표현하며, AI가 수년간 주도해온 주식시장에서 이제는 악재 요인으로 전락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AI가 가져올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천문학적인 자본 지출의 현실성과 단기 수익성에 대한 냉정한 평가로 전환되는 중요한 변곡점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지난 18개월간 시장은 GPU와 데이터센터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는 기업들에 보상을 주었으나, 이번 주 매도세는 허니문 기간이 끝났으며 투자자들이 이제 수익화(monetization)와 투자수익률(ROI)의 증거를 요구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투자자들은 이제 'AI 혁명이 얼마나 대단한가'가 아니라 그래서 언제, 어떻게 돈을 버는가를 묻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심리 변화는 다른 지표에서도 뚜렷하게 확인된다. 1월 다우존스 지수가 나스닥 지수의 성과를 앞질렀다는 사실은 고성장 기술주에서 안정적인 가치주로 자금이 이동하는 전형적인 섹터 로테이션의 전조로, 시장 참여자들이 위험 자산에 대한 노출을 줄이고 방어적인 자세로 전환하고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역사적으로 1월 다우가 나스닥을 0.25%p 이상 앞지른 해는 지난 15년간 5번 있었고, 그중 3번은 연간 내내 다우가 앞서는 흐름이 이어졌다.
달러 약세와 엔화 강세가 말해주는 것
위험 회피 성향은 외환 시장에서도 일부 감지된다. 대표적인 달러 가치 지표인 미국 달러지수(DXY)는 2월 13일 기준 약 96.88 수준으로 전일보다 소폭 낮아졌으며, 최근 한 달간 약 2.3% 하락한 흐름을 보였다는 시장 데이터가 확인된다. 이 지수는 유로·엔·파운드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며, 단기간 조정 흐름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발표된 강한 고용지표(1월 비농업 고용 +130,000, 실업률 4.3%)에도 불구하고 달러가 뚜렷히 강세로 반전하지 못한 것은, CPI 둔화에 따른 금리 인하 기대가 여전히 남아 있는 영향과 함께, 연준의 금리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외환 시장에서도 일정 부분 작용했기 때문이다. 일부 보도에서는 CPI 발표 이후 달러가 크게 움직이지 않고 보합권 흐름을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화는 전통적인 안전자산 성격 외에도 일본의 정치·금리 상황에 영향을 받으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일본 통화는 최근 선거 결과 등 정치 이벤트의 영향으로 달러 대비 등락이 나타났으며, 미·일 금리차, 일본은행의 정책 변화 전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외환시장 움직임은 단순히 미국 기술주 압박 때문만이 아니라, 글로벌 금리·정책 기대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단기 변동성을 넘어 가치 실현에 집중할 때
다음 한 주 투자자들의 초점은 단순히 거시 경제 지표의 단기 등락에 흔들리기보다는, 기업 실적과 수익성의 현실적 근거를 검증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 최근 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전통적인 이익 지표는 넘겼음에도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이는 성장성만으로는 시장이 움직이지 않는 신호로 해석된다.
AI 인프라 투자 규모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으나, 이 자본 지출이 언제, 어떻게 실질적인 수익으로 연결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은 아직 시장에서 증명되지 않았다. UBS 등 기관 투자자들이 IT 섹터의 매수 매력을 조정한 것도, 과도한 자본투입이 수익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을 주된 이유로 언급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AI 관련 기대감 자체보다, 각 기업이 얼마나 실질적인 이익과 현금흐름으로 그 기대를 뒷받침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단기 변동성은 여전히 존재하겠지만, 결국 방향성을 결정할 것은 투자 회수가 가능한 사업 모델에 대한 확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