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지정학적 리스크의 중심에 서다
AI 칩 시장의 독점적 지배자로 군림하는 엔비디아의 화려한 성과 이면에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넘어 기업의 장기적 성장 기반을 뒤흔들 수 있는 핵심적인 위협으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특히 최근 제기된 중국 군 관련 기술 지원 의혹은 엔비디아가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가장 민감한 전선에 서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지난 28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한 미국 의원은 엔비디아가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AI 모델 개발을 도왔으며, 이 기술이 훗날 중국 군에 의해 사용되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주장은 엔비디아의 사업 관행과 내부 통제 시스템에 대한 심각한 질문을 던진다. AI 기술의 군사적 활용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최종 사용자에 대한 검증 실패는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 정책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벌금이나 제재를 넘어, 미국 국가 안보와 직결된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휘발성 높은 사안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나온 젠슨 황 CEO의 발언은 엔비디아가 처한 복잡한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로이터는 지난 29일, 젠슨 황 CEO가 중국 시장용으로 개발된 H200 칩에 대한 라이선스 절차가 아직 마무리되는 중이라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사업 절차에 대한 설명이지만, 그 이면에는 미국 정부의 엄격한 수출 통제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려는 노력과 거대한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기업의 딜레마가 동시에 녹아있다. 딥시크 사태로 인해 엔비디아의 대중국 사업은 이전보다 훨씬 더 정밀한 감시와 통제하에 놓일 것이 자명하다. H200 라이선스 승인 여부와 그 조건은 향후 엔비디아의 중국 사업 향방을 결정지을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이러한 지정학적 리스크는 엔비디아의 기업 전략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한다. AI 칩의 압도적인 성능과 시장 점유율이라는 경쟁 우위만으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 오히려 그 독점적 지위가 엔비디아를 미중 갈등의 핵심 타깃으로 만들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제 엔비디아의 분기별 실적이나 차세대 칩 로드맵뿐만 아니라, 워싱턴과 베이징의 정책 변화, 그리고 그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엔비디아의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 능력에 더욱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딥시크 의혹과 H200 라이선스 문제는 엔비디아의 미래가 기술적 리더십만큼이나 정치적 지형에 의해 좌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신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