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턴디지털로부터의 독립, AI 시대의 핵심 공급자로 재탄생
샌디스크가 웨스턴디지털(WD)로부터 분사를 완료하고 독립 스토리지 공급업체로 새롭게 출범했다. 이는 단순한 기업 구조 개편을 넘어, AI 시대가 요구하는 데이터 인프라의 핵심 플레이어가 되겠다는 전략적 선언이다. 웨스턴디지털은 2016년 샌디스크를 인수한 이후 HDD와 플래시 스토리지 사업을 통합 운영해왔으나, 양 사업부문의 시장 역학과 성장 궤적이 달라지면서 분사를 결정했다. 분사를 통해 샌디스크는 복잡한 하드웨어 사업부의 일부가 아닌, 오직 메모리와 스토리지에만 집중하는 '퓨어플레이어(Pure-Player)'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샌디스크의 새로운 전략의 핵심은 'AI 데이터센터'다. 회사는 AI 인프라 구축의 중심에 서서 데이터센터용 고용량 SSD와 낸드플래시 공급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AI 워크로드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데이터 저장 및 처리 요구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으며, 특히 생성형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 요구되는 고속·대용량 스토리지 수요는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샌디스크는 바로 이 거대한 수요를 정조준하고 있다. 이는 과거 소비자용 제품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기술 패러다임 변화의 가장 중심부로 뛰어들겠다는 과감한 전략적 선택이다.
이러한 전략을 뒷받침하는 가장 결정적인 조치는 오랜 파트너인 키옥시아(Kioxia)와의 조인트벤처(JV) 계약 연장이다. 2024년 2월 5일 Simply Wall St의 보도에 따르면, "샌디스크와 키옥시아는 플래시 벤처스(Flash Ventures) JV 계약을 연장하여 낸드플래시 공동 생산 체제를 지속하기로 합의했다". 이 계약 연장을 통해 샌디스크는 장기적인 낸드플래시 공급 안정성을 확보했다.
양사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일본 내 팹(fab) 시설을 공동 운영해왔으며, 이를 통해 생산 비용을 분담하고 기술 개발 리스크를 공유해왔다. 특히 3D 낸드 기술의 고도화가 진행되면서 연구개발 비용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JV 구조는 단독 개발 대비 30~40%의 비용 절감 효과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I 시대에 데이터센터 고객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공급의 신뢰성'이다. AI 모델 학습과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양의 스토리지를 중단 없이 공급받는 것은 필수적이다. 샌디스크는 키옥시아와의 공고한 협력 관계를 통해 이러한 시장의 요구에 가장 확실하게 부응할 수 있는 공급자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단순한 부품 수급 계약을 넘어, 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핵심적인 전략적 자산이다.
시장의 반응과 향후 과제
독립적인 기업 구조와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라는 두 가지 조합은 시장에 강력한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시장은 샌디스크의 이러한 변화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분사 발표 이후 주요 증권사들의 목표가 상향 조정이 이어졌으며, 주가는 상승하며 긍정적인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시장의 평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투자자들은 샌디스크가 확보한 공급망 접근성과 AI 시장 노출을 어떻게 안정적이고 다각화된 고객 관계로 전환시킬 수 있을지 예리하게 지켜볼 것이다.
앞으로 샌디스크의 성공 여부는 몇 가지 핵심 질문에 달려있다.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와 일반 기업 고객 사이에서 얼마나 균형 잡힌 고객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는가? 현재 글로벌 데이터센터 스토리지 시장은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소수의 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가 전체 수요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고객 집중도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 키옥시아와의 JV 조건이 향후 제품 가격 결정의 유연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경쟁이 치열한 낸드 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수직 통합 업체들과 비교해 기술 리더십을 유지하며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
샌디스크의 독립은 AI 시대 스토리지 전문 기업의 가치를 증명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며, 그 결과는 향후 기술 인프라 시장의 지형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