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신호: 질주하는 나스닥, 흔들리는 달러
2월 초 미국 증시는 표면적으로 견고한 흐름을 보였다. 야후 파이낸스 데이터에 따르면 나스닥은 2월 6일 주간 기준으로 시가 대비 2.2% 상승하였고,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AI 관련주에 대한 단기 매도세 우려를 딛고 강한 반등에 성공하며 투자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이러한 반등은 1월 ISM 제조업 PMI가 52.6으로 12개월 만에 처음으로 50을 돌파하며 확장국면에 진입하였으며, 강력한 제조업 데이터와 같은 펀더멘털이 시장을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외환시장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달러 인덱스는 2주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가 다시 급락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며 방향을 잡지 못했다. 이 혼돈의 중심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달러 정책을 둘러싼 극심한 불확실성이 자리 잡고 있다. 나스닥의 질주와 달러의 불안, 이 두 가지 상반된 시장 신호의 괴리는 투자자들이 반드시 주목해야 할 단기 리스크의 핵심이다.
'트럼프 딜레마'가 야기한 외환시장의 혼돈
현재 외환시장이 겪는 혼란은 트럼프의 '의도'와 그의 '인사' 가능성 사이의 충돌에서 비롯된다. 트럼프는 노골적으로 약달러를 통한 미국 수출 경쟁력 강화를 원하고 있다. 지난 2일 블룸버그는 트럼프의 약달러 정책 용인이 시진핑의 위안화 국제화를 통한 금융 패권 야망에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고 심도 있게 분석했다. 이는 트럼프의 정책이 단순히 경제 문제를 넘어 지정학적 구도까지 흔들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문제는 시장이 트럼프의 약달러 발언보다 그가 지명할 차기 연준(Fed) 의장의 성향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매파적 성향의 인물인 케빈 워시가 차기 의장으로 지명되자 달러 가치가 급등하고 귀금속 가격이 급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시장이 트럼프의 '입'과 실제 정책을 집행할 '손' 사이에서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음을 증명한다. 결국 투자자들이 직면한 현실은 뚜렷한 방향성이 아닌, 예측 불가능성에서 오는 극심한 환율 변동성 그 자체다. 이러한 상황은 단기적으로 안정적인 포지션을 구축하기 매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나스닥은 왜 '강 건너 불' 구경인가?
그렇다면 나스닥은 왜 이 거대한 리스크를 외면한 채 독주하는가? 해답은 시장의 극심한 쏠림 현상과 구조적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2026년 2월 모틀리 풀의 분석에 따르면, '매그니피센트 7'로 불리는 7개 기술 대기업이 S&P 500 지수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3%를 넘어섰다. 이들 기업은 막대한 해외 매출 비중과 내부 유보금을 바탕으로 달러 변동성의 충격을 일부 흡수하거나, 역으로 달러 약세 시 해외에서 벌어들인 이익의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즉, 현재의 지수 상승은 시장 전반의 건강함을 반영하기보다 소수 거대 기업의 힘에 기댄 측면이 크다.
여기에 나스닥 거래소가 대형 IPO 기업의 지수 조기 편입을 위한 '패스트 엔트리(fast entry)' 규정을 제안한 것도 기술주 중심의 시장에 구조적인 활력을 더하는 요소다. 이는 거시 경제의 불확실성과 무관하게 지수 자체의 매력도를 높여 자금 유입을 유도하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단기 전망: 연준 의장 인선이 가를 증시의 운명
결론적으로, 현재의 기술주 반등과 외환시장의 불안이라는 두 자산시장 간의 괴리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단기적 시장 향방을 결정할 가장 중요한 변수는 경제 지표가 아닌, 차기 연준 의장 케빈 워시의 상원 인준이라는 정치적 이벤트이다. 워시의 매파적 성향이 실제 정책으로 구현될 경우, 달러는 즉각 강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나스닥의 핵심 기업들에게 직접적인 실적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며, 현재의 반등세를 급격히 식게 만드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워시의 인준이 지연되거나 정치적 논란으로 좌초될 경우, 트럼프의 약달러 의도가 단기적으로 시장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는 기술 수출 기업들의 단기 실적에는 호재가 될 수 있으나,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압력과 달러 패권 약화라는 더 큰 대가를 치를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들은 나스닥의 반등세에 안주하기보다, 외환시장에서 증폭되고 있는 트럼프 리스크가 언제든 증시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연준 의장 인준 과정과 관련된 정치적 노이즈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