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경쟁이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이라는 1차전을 지나, 구체적인 수익 모델과 생태계 구축이라는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이 새로운 전선에서 각 기업의 전략적 차이가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엔비디아의 전방위적 확장
AI 칩 시장의 절대 강자인 엔비디아는 하드웨어 공급자를 넘어 AI 생태계 전반을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AI 스타트업 '베이스텐(Baseten)'에 대한 투자는 단순한 재무적 지원을 넘어, 자사 칩을 기반으로 한 AI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촉진하고 잠재적 고객사를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는 과거 인텔이 PC 생태계에 막대한 투자를 통해 자사 CPU의 지배력을 공고히 한 '인텔 인사이드' 전략과 유사하다.
엔비디아의 이러한 행보는 팔란티어, 델과의 '주권 AI(Sovereign AI)' 데이터센터 구축 협력에서도 드러난다. 각국 정부나 기업이 자체적으로 통제하는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이 사업은 엔비디아에게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칩 수요처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영역까지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를 제공한다.
애플의 빗장 열기
반면, AI 경쟁에서 한발 물러서 있던 애플은 자사의 강력한 하드웨어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반격에 나섰다. 기존 음성 비서 '시리(Siri)'를 오픈AI의 챗봇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전면 개편하고, 새로운 'AI 웨어러블 핀'을 개발 중이라는 소식은 애플의 전략 변화를 명확히 보여준다. 애플은 AI 기술 자체의 우위보다는, 수십억 대의 아이폰과 맥에 AI를 완벽하게 통합함으로써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경쟁의 판도를 바꾸려 한다.
다른 빅테크 기업들 역시 분주하다. 메타는 자체 AI 모델을 내부적으로 개발 완료했으며, 아마존은 원메디컬(One Medical) 멤버를 위한 AI 헬스케어 툴을 출시하며 특정 버티컬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는 AI 경쟁의 초점이 '누가 가장 뛰어난 범용 모델을 만드는가'에서 '누가 AI를 가장 효과적으로 자사 서비스와 제품에 통합하여 실질적 가치를 창출하는가'로 이동했음을 시사한다. 엔비디아가 외부 생태계를 구축하며 영토를 확장하는 동안, 애플은 내부 생태계를 강화하며 성을 높이 쌓는 형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