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철회, 위기 봉합인가 새로운 위협의 시작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둘러싼 유럽 동맹국에 대한 관세 부과 위협을 전격 철회하자 시장은 안도 랠리로 화답했다. 그러나 이는 위기 극복의 서사가 아닌, 새로운 지정학적 리스크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점령국에 대한 관세(TACO, Tariffs Against Countries Occupying)'라는 신조어까지 등장시킨 이번 사태의 본질은, 무역 정책이 특정 상품이나 산업 보호를 넘어 영토 및 자원 확보를 위한 직접적인 압박 수단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준다. 관세 철회는 이 무기의 치명적인 위력을 확인한 뒤 잠시 총구를 거둔 것에 불과하다.
글로벌 공급망의 구조적 재편 신호탄
이번 사태는 글로벌 공급망의 근본적인 취약성을 드러냈다. 기업들은 이제 비용 효율성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안전성'**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특정 국가가 자원 부국과 맺는 관계가 미국 행정부의 심기를 건드리는 순간, 해당 국가의 모든 산업이 관세 폭탄의 사정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글로벌 경제의 블록화와 공급망의 파편화를 가속화하는 구조적 변화의 기폭제다. '거래의 틀'이라는 불확실한 합의는 이러한 리스크를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향후 협상에서 더 큰 대가를 요구하기 위한 포석일 가능성이 크다.
초기 시장 반응에서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기조가 나타났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돌발 정책이 미국의 자산 가치에 **'정치적 리스크 프리미엄'**을 부과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동맹국을 상대로 한 무역 위협이 상수가 된 현실에서, 투자자들은 더 이상 미국을 안정적인 투자처로 간주하지 않는다. 단기적인 관세 철회에 따른 증시 반등은 이러한 구조적 신뢰 하락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가리는 착시 현상이다. '그린란드 관세' 소동은 막을 내린 것이 아니라, 자원과 무역이 결합된 신(新) 경제 전쟁 시대의 서막을 열었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