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의 오랜 격언이 무너졌다. 20일(현지시간)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900포인트 가까이 폭락하며 3개월 만에 최악의 하루를 보낸 가운데, 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한 것은 국채 시장의 동반 투매였다. 전통적으로 주식 시장의 위험 회피 심리가 고조될 때 자금이 몰리던 미 국채 가격이 주가와 함께 급락(국채 금리 급등)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시장이 단순한 경기 둔화를 넘어, 성장 정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림자를 감지했음을 시사하는 강력한 신호다.
이번 동반 매도 사태의 본질은 ‘트럼프발(發) 관세 위협’이 단순한 정치적 수사를 넘어 실질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린란드를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이 촉발한 관세 위협은 곧장 수입 물가 상승과 공급망 교란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채권 시장은 미래의 인플레이션이 채권의 실질 가치를 훼손할 것을 가격에 선반영하기 시작했다. 10년물 국채 금리가 4.28%를 넘어선 것은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보다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서의 매력이 상실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식시장은 관세로 인한 기업 비용 증가와 소비 위축을, 채권시장은 고삐 풀린 인플레이션을 동시에 가격에 반영한 셈이다.
이러한 시장의 움직임은 연방준비제도(Fed)를 극도로 난처한 상황에 몰아넣는다. 주가 폭락은 통화 완화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는 압력으로 작용하지만, 관세발 인플레이션은 오히려 긴축을 요구한다. 섣부른 금리 인하는 자칫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걷잡을 수 없이 자극할 수 있고, 반대로 긴축은 실물 경제를 침체의 나락으로 밀어 넣을 수 있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머지않은 미래에 새로운 연준 의장을 지명하겠다”고 언급하며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킨 점도 시장의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결국 시장은 연준의 ‘구원투수’ 역할을 더 이상 기대하지 않고, 자산 가격의 동반 하락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스스로 대비하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 전략의 유효성이 근본부터 흔들리는, 새로운 위험의 시대가 도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