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공포보다 무서운 '룰의 실종'
지난해 4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으로 다우 지수가 1,600포인트 급락했을 때 시장은 '경제적 충격'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해가 바뀐 2026년 1월, 시장을 지배하는 진짜 공포는 관세율 그 자체가 아니라 정책의 '법적 불안정성'이다. 2025년 5월 법원이 트럼프의 일부 관세 조치에 제동을 걸며 시장이 안도 랠리를 펼쳤던 사례는 역설적으로 현재 시장의 가장 큰 취약점을 드러낸다.
투자자들은 이제 백악관의 발표보다 연방 법원의 판결문을 먼저 살핀다. 이는 행정부의 경제 정책이 언제든 사법부에 의해 뒤집힐 수 있다는 '통치 불확실성'이 상수(Constant)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관세 비용보다, 내일 당장 바뀔지 모르는 무역 규칙 때문에 장기적인 설비 투자(Capex)를 멈췄다. 이는 기업 이익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지정학적 무감각과 오일 쇼크의 부재
흥미로운 점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시장의 내성이다. 지난 6월 이란이 카타르 미군 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유가는 오히려 하락했고 증시는 상승했다. 이는 시장이 국지전보다 무역 네트워크의 붕괴를 더 치명적인 악재로 인식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물리적 전쟁은 범위가 한정적이지만, 미국 주도의 공급망 교란은 전 세계 자산 가격을 동시에 타격하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의 시장 평온은 '폭풍 전의 고요'가 아닌 '마비'에 가깝다. 법적 공방으로 지연된 관세가 언제 다시 부활할지, 혹은 행정부가 사법부의 결정을 우회할 새로운 행정 명령(Executive Order)을 내놓을지가 2026년 상반기 자산 시장의 최대 변수다. '법원발(發) 안도감'은 유효기간이 매우 짧은 진통제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