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연준의 패배를 기정사실화했다
2025년 금융시장은 연준(Fed)의 공식적 입장과 시장의 기대 사이에 벌어진 거대한 균열을 노출하며 막을 내렸다. 작년 7월 파월 의장이 '임박한 금리 인하는 없다'며 매파적 기조를 분명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연말 시장은 오히려 '확률 높은 금리 인하'를 가격에 반영하며 안도 랠리를 펼쳤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제압되었다는 자신감의 발로가 아니다. 백악관의 전방위적 관세 정책이 초래할 경기 침체를 연준이 통화 완화로 막아줄 것이라는, 이른바 '파월 풋(Powell Put)'에 대한 맹신에 가깝다.
'트위스트 스티프닝'이 보내는 경고
이러한 시장의 왜곡된 믿음은 채권 시장의 이상 신호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트럼프 행정부의 지속적인 연준 압박은 장단기 금리 격차가 비정상적으로 확대되는 '트위스트 스티프닝(Twist Steepening)' 현상을 낳았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연준의 금리 인하를 예상해 단기물 금리가 하락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행정부의 확장 재정 및 관세 정책이 유발할 인플레이션과 국가 부채 리스크를 우려해 장기물 금리가 상승하는 모순적 상황을 의미한다. 시장은 단기적인 유동성 공급이라는 달콤한 과실에 취해, 장기적인 펀더멘털 훼손이라는 독을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5월 미국 재정에 대한 우려로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달러가 약세를 보였던 사건은 이러한 장기 리스크가 언제든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고편이었다.
위험한 외줄타기, 축배는 이르다
결론적으로 현재 시장은 연준이 정치적 압력에 굴복해 경기 방어에 나설 것이라는 시나리오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연준의 정책적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뿐만 아니라, 자칫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하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투자자들은 눈앞의 금리 인하 가능성에 환호할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담긴 '정책 실패'의 가능성을 냉철하게 직시해야 한다. 연준이 시장의 기대와 달리 통화 정책의 칼자루를 쉽게 놓지 않을 경우, '연준의 항복'에 베팅했던 시장은 가장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