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 3대 지수가 모두 2% 안팎으로 급락하며 작년 10월 이후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관세' 위협이 표면적 이유였지만, 이번 폭락의 본질은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이라는 '안전망'에 대한 시장의 맹신이 깨지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투자자들은 그동안 정책 리스크가 증폭될 때마다 연준이 구원투수로 등판할 것이라는 '학습된 기대'에 안주해왔다.
시장의 잘못된 기대: 통화정책 만능주의의 함정
시장은 오랫동안 '트럼프 리스크'가 발생하면 연준이 금리 인하로 대응할 것이라는 공식에 기계적으로 반응했다. 작년 12월 국채 금리가 하락하며 금리 인하 기대감을 선반영했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이번 그린란드 사태는 과거 미중 무역분쟁과는 결이 다르다. 분쟁의 전선이 경제 논리를 벗어나 예측 불가능한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이는 연준이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불확실성을 야기한다. 관세로 인한 비용 상승형 인플레이션 압력 속에서 연준이 섣불리 금리를 인하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만 키울 수 있다는 딜레마에 봉착한다. 씨티그룹의 '저가 매수 기회'라는 분석은 이러한 구조적 변화를 간과한 채 과거 유동성 장세의 관성에 기댄 위험한 발상으로 풀이된다.
S&P 500 지수 6,800선이 무너진 현재 상황은 단순한 기술적 조정이 아니다. 정책 리스크가 실물 경제의 펀더멘털을 직접 훼손하는 국면으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다. 시장은 '연준 풋(Fed Put)'이라는 환각에서 벗어나 정책 변수 그 자체의 파괴력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할 시점이다.
결국 시장의 방향성은 연준의 입이 아닌 백악관의 정책 의지에 종속됐다. 투자자들은 금리 인하 기대감이라는 낡은 공식에서 벗어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기업 이익과 자산 가치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을 재평가하고 포트폴리오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유동성의 힘으로 아슬아슬하게 버텨온 시장의 가장 취약한 고리가 끊어지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