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쇼크 요법'에 마비된 시장, 진짜 지정학적 리스크를 망각하다

앤트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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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된 관세 충격으로 시장이 전통적 지정학 리스크에 둔감해졌다. 이는 실질적 안보 위협이 증시에 반영되지 않는다는것을 의미한다.

중동의 포성보다 무서운 관세 트윗, 시장의 위험 감수성 왜곡

지난 6월, 이란이 카타르 주둔 미군 기지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는 오히려 상승 마감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글로벌 금융시장을 패닉으로 몰아넣었을 이 사건이 해프닝처럼 취급된 것은, 시장의 리스크 평가 척도가 완전히 재정의되었음을 방증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년간 끊임없이 반복한 고강도 관세 위협과 철회, 전선 확대는 시장에 일종의 '쇼크 요법'으로 작용하며, 이제 투자자들은 전통적인 지정학적 분쟁보다 백악관의 무역 정책 트윗 하나에 훨씬 격렬하게 반응하는 비정상적인 상태에 이르렀다.

시장의 변동성 방정식에서 '지정학적 리스크'의 정의는 이제 '국가 간 군사적 충돌'이 아닌 '미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통상 정책'으로 대체되었다. 4월 초, 관세 폭탄 우려에 다우 지수가 1,600포인트 폭락했다가 불과 며칠 뒤 관세 유예 소식에 3,000포인트 폭등한 극단적 사례는, 시장의 모든 신경이 오직 관세 변수에만 집중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상은 단기적 변동성에 대한 과잉 반응을 유발하는 동시에, 더 느리게 전개되지만 파급력이 훨씬 클 수 있는 전통적 안보 리스크에 대한 심각한 '가격 미반영(underpricing)'을 낳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위험 인지 부조화'는 거대한 잠재적 위협이다. 투자자들이 트럼프의 다음 관세 트윗을 분석하는 데 몰두하는 동안, 중동의 화약고나 동아시아의 군사적 긴장과 같은 실질적 위협은 조용히 끓어오르고 있다. 현재 시장은 이러한 '회색 코뿔소'를 철저히 외면하는 중이다. 관세 쇼크에 대한 내성이 생긴 시장은 더 큰 외부 충격이 오기 전까지는 안도 랠리를 이어갈 수 있겠지만, 망각하고 있던 진짜 지정학적 리스크가 현실화되는 순간, 그 어떤 관세 폭탄보다 훨씬 파괴적인 패닉 셀링을 촉발시킬 수 있다. 현재의 평온함은 견고한 기반 위가 아닌, 위험한 착시 현상 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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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 Kim수석연구원Blog

기술경영학 석사, 글로벌 테크 기업의 기술 가치와 시장 지배력을 심층 진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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