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평온은 단 하루 만에 산산조각 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인수 및 관세 위협이 월스트리트를 강타하며, 투자자들은 미국 자산 전반을 내던지는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거래에 나섰다. 이는 단순한 시장 변동성을 넘어, 예측 불가능한 정치 리스크가 자본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지정학적 패러다임 전환의 시작을 알린다.
이번 사태의 심각성은 ‘그린란드’라는 소재의 특이성에 있지 않다. 오히려 동맹국과의 관계마저 아무렇지 않게 무역 분쟁의 카드로 활용하는 정책적 변덕이 상시화될 수 있다는 공포가 시장을 지배한 것이다. 덴마크 연기금이 미 국채를 매도했다는 소식은 이러한 공포가 단순한 심리를 넘어 실제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이는 글로벌 자본이 더 이상 미국을 안정적인 투자처로 보지 않고, ‘정치 리스크 프리미엄’을 본격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이를 ‘언론의 히스테리’로 치부했지만, 글로벌 연기금의 움직임은 시장이 느끼는 위험의 무게를 정확히 대변한다.
결국 이번 사태는 글로벌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장기적인 불확실성을 각인시켰다. 언제, 어떤 이슈가 새로운 관세 전쟁의 불씨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신규 설비 투자(CAPEX)나 장기적인 공급망 구축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보스 포럼에서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에 잠시 안도했지만, 협상을 통한 인수 의지를 굽히지 않으며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투자자들은 이제 트럼프의 ‘피벗(태세 전환)’을 기다리는 동시에, 그의 변덕이 자산 가치를 언제든 파괴할 수 있는 상수로 자리 잡았음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셀 아메리카’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지정학적 리스크가 금융시장의 핵심 변수가 된 새로운 시대의 장기적 추세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