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지배한 단 하나의 변수, '예측 불가능성'
2025년 글로벌 금융시장을 관통한 키워드는 관세율 자체가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불확실성의 무기화(Weaponization of Uncertainty)'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100% 관세 위협부터 일본, 한국 등 핵심 동맹국을 향한 25% 관세 계획까지, 전선을 가늠할 수 없이 확장하며 예측 불가능성을 정책의 핵심 도구로 활용했다. 그 결과 시장은 펀더멘털 분석이 무의미한 공간으로 전락했다. S&P 500 지수가 2020년 팬데믹 이후 최악의 폭락을 기록한 날(4월 2일)과 미중 관세 인하 합의 소식에 5년 내 세 번째로 큰 급등을 보인 날(5월 12일)이 불과 한 달 남짓한 간격으로 벌어진 것은 이러한 극단적 현실을 상징한다.
단기 투기만 남고 장기 투자는 떠난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글로벌 자본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기업들은 안정적인 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대신, 다음 관세 폭탄이 어디에 떨어질지 몰라 현금을 쌓아두거나 자사주 매입과 같은 단기 주주환원에만 몰두하게 된다. 자본은 더 이상 장기적 가치 창출을 위해 흐르지 않는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만남 성사 여부(10월 23일)와 같은 정치적 이벤트에 따라 급격히 유출입을 반복하는 단기 투기성 자금으로 변질되었다. > 관세 위협이 고조될 때마다 안전자산인 미 국채에 수요가 몰리는 현상(3월 13일)은, 역설적으로 미국발 정책 리스크가 글로벌 자본의 장기 투자를 마비시키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신뢰의 붕괴, 가장 큰 비용이다
러시아 제재로 인한 유가 급등이나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과 같은 전통적 리스크는 시장이 과거 경험을 통해 어느 정도 가격에 반영하고 관리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심장부인 워싱턴에서 발신되는 예측 불가능한 정책 리스크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이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근간인 '신뢰'를 무너뜨린다. 관세로 인한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보다 더 무서운 것은, 미국이 더 이상 안정적인 투자처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나타날 '장기 자본의 실종'이다. 한번 떠나간 장기 투자 자본과 무너진 정책 신뢰를 회복하는 데에는 폭락한 주가지수를 되돌리는 것보다 훨씬 더 긴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정책 당국은 명심해야 한다.

